
지난 12월 11일 정부가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칼을 빼 들었습니다. 향후 5년간 무려 1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가 공식 출범한 것입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출범식과는 달리 주식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또 관제 펀드냐, 과거 뉴딜펀드처럼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습니다. 과연 이 펀드가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국민성장펀드의 구조와 실체, 수혜가 예상되는 관련주, 그리고 개인 투자자가 알아야 할 리스크와 참여 방법까지 냉철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1. 국민성장펀드란
국민성장펀드는 정부 재원 75조 원과 금융권 및 국민 공모를 포함한 민간 자금 75조 원을 합쳐 총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초대형 정책 펀드입니다. 이 막대한 자금은 향후 5년간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고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 균형 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손실 분담 구조에 있습니다. 정부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산업은행이 75조 원을 투입해 투자의 위험을 먼저 부담하는 선순위 손실 부담 역할을 맡고, 나머지 75조 원은 민간에서 유치해 수익이 나면 이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즉 민간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한 셈입니다. 주요 투자처로는 반도체와 AI 분야에 전체 자금의 약 30%가 집중되며 모빌리티와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쓰입니다. 또한 전체 자금의 40% 이상을 지역에 배분하여 AI 데이터센터나 전력망 구축 같은 인프라 사업을 지원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의사결정 구조 또한 기존의 관행을 깼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필두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민간의 전문성과 데이터를 정책 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관 주도의 경직된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친화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2. 관련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래서 어떤 주식이 오르는가일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투자 로드맵을 보면 수혜 업종은 명확합니다. 반도체, AI,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등이 주요 타겟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 SK하이닉스, 평택 5공장을 증설하는 삼성전자, 그리고 전남 해남 국가 AI컴퓨팅센터나 신안 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업들이 직접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펀드 출범식이 있던 날 관련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수혜가 기대되던 바이오 대장주인 알테오젠이나 HLB, 이차전지의 에코프로비엠 같은 종목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재료 소멸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내용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시장에 언급되었던 터라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증시는 정부의 정책 자금보다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과 거시 경제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국민성장펀드 수혜주라는 타이틀만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시장은 뉴스보다는 숫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투자 및 참여 방법
국민성장펀드는 기업에게는 자금 조달의 창구가, 개인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먼저 자금이 필요한 벤처나 소부장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펀드가 큰 기회입니다. 산업은행 내 설치된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데, 직접 지분 투자나 펀드 투자는 물론 국고채 금리 수준인 2~3%대의 초저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시대에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참여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향후 국민 참여형 공모 펀드 형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지만, 과거 정책 펀드의 성적표를 반드시 복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인기였던 국민참여 뉴딜펀드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돌아온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44%였습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준 뒤 개인이 챙긴 수익률도 평균 2.14%에 불과해 당시 예금 이자보다도 못한 성적을 냈습니다. 게다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번 펀드의 명확한 목표 수익률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시장 논리보다 국가 성장이라는 정책 논리가 앞설 경우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국민성장펀드는 국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로서의 의미는 큽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 보증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펀드 자체에 가입하기보다는, 이 펀드를 통해 2~3%대 저금리 대출을 받아 이자 비용을 아끼고, 이를 통해 투자를 늘려 실질적인 실적 개선을 이루어내는 개별 수혜 기업을 선별하여 직접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것입니다. 정책은 정책일 뿐, 결국 주가는 기업의 이익을 따라간다는 진리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