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3월, 6월, 9월, 12월이 다가올 때마다 뉴스나 증권사 리포트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단어가 있을 겁니다. 바로 네 마녀의 날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 으스스하고 불길한 기분이 드는데, 뉴스 앵커들은 이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곤 합니다. 심지어 이날은 장 막판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도대체 마녀가 주식 시장에 왜 나타나는 것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만 되면 왜 멀쩡하던 주가가 널뛰기를 하거나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하락하는 건지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운이 나쁜 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큽니다. 오늘은 네 마녀의 날의 정확한 의미와 주가가 흔들리는 구조적인 이유, 그리고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가 취해야 할 현명한 대응 전략까지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네 마녀의 날이란
네 마녀의 날은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날을 의미합니다. 파생상품 시장에는 정해진 수명이 있는데, 이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면 주가가 마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돌아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미국에서는 쿼드러플 위칭 데이(Quadruple Witching Day)라고 부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네 가지 상품이 겹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선물, 개별주식 옵션입니다. 이 파생상품들은 평소에는 각기 다른 만기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옵션은 매달 만기가 돌아오지만 선물은 3개월마다 돌아오는 식입니다. 하지만 3개월마다 한 번씩, 즉 3월, 6월, 9월,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에는 이 네 가지 상품의 만기가 우연히도 한 날 한 시에 겹치게 됩니다. 파생상품은 만기일이 되면 반드시 청산을 해서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아니면 다음 만기물로 계약을 넘기는 롤오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평소에는 분산되어 있던 이 막대한 물량이 3개월마다 한 번씩 동시에 쏟아져 나올 준비를 하게 되니 시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 마녀의 날은 단순한 미신이나 징크스가 아니라, 금융 시장의 거대한 자금이 이동하고 정산되는 정기 대청소 날이라고 이해하시면 가장 정확합니다.
2. 주가 하락 원인
많은 투자자분들이 네 마녀의 날 하면 주가 하락이라는 공식을 먼저 떠올리며 두려워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봐도 이날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거나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에 급락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와 심리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프로그램 매물 폭탄입니다. 주식 시장의 큰손인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물인 주식과 선물인 미래 가치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내는 차익거래를 활발히 합니다. 예를 들어 선물이 현물보다 비쌀 때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두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가격 차이가 좁혀질 때 무조건 이익을 보게 됩니다. 문제는 만기일이 되었을 때입니다. 이들은 수익을 확정 짓기 위해 그동안 사두었던 현물 주식을 만기일에 한꺼번에 시장에 내다 팔아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 사이의 동시호가 시간에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아무런 악재가 없던 멀쩡한 주식도 수급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급락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두 번째 원인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심리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끝까지 눈치를 봅니다. 혹시 막판에 물량을 다 던지고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지레겁을 먹고 먼저 주식을 팔아버리는 투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녀가 심술을 부려서가 아니라, 마녀가 올까 봐 무서워서 주가가 떨어지는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3. 대응법
그렇다면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 변동성의 파도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단순히 공포에 질려 주식을 던지기보다는 냉정하게 시장의 신호를 읽고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우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롤오버(Rollover) 동향입니다. 롤오버란 외국인 투자자가 만기가 된 선물을 청산해서 돈을 빼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원물로 갈아타며 포지션을 연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장중 외국인의 선물 매매 동향을 봤을 때 대규모 롤오버가 확인된다면, 이는 그들이 한국 시장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자금을 계속 굴리겠다는 신호입니다. 이 경우 시장의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섣불리 매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역발상 투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네 마녀의 날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거나 펀더멘털이 훼손되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파생상품 만기에 따른 일시적인 수급 꼬임 현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 눈여겨보고 사고 싶었던 우량주가 이날 수급 문제로 3~4%씩 툭 떨어졌다면, 이는 공포를 느낄 때가 아니라 오히려 바겐세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수급 이슈로 인한 하락은 이벤트가 끝나면 다음 날이나 며칠 내로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는 강한 복원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네 마녀의 날은 주식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정기적인 이벤트이자 통과의례와 같습니다. 이날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믿고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저가 매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녀의 심술은 하루면 끝나지만, 좋은 기업의 가치는 계속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