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뉴스를 보면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거나 환율이 급변할 때마다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엔캐리 청산입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겠지만, 도대체 이게 내 주식 계좌나 경제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정확히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엔캐리 청산은 단순한 일본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자산 시장을 떠받쳐온 거대한 자금줄이 마르는 현상, 즉 유동성의 파티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신호탄입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왜 일본 중앙은행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지, 그 개념과 현실적인 발생 가능성, 그리고 우리 시장에 미칠 파급력까지 명확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뜻
먼저 엔캐리 트레이드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주 쉽게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자가 0%인, 즉 돈을 빌려도 이자를 한 푼도 안 내도 되는 신용카드가 있다고 상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당연히 이 카드로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연 5% 이자를 주는 미국 예금에 넣거나 수익률이 높은 엔비디아 같은 주식에 투자할 겁니다. 앉아서 5% 이상의 수익을 공짜로 챙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자 0%인 신용카드가 바로 일본의 엔화입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 달러 자산이나 고수익 주식에 투자해 왔습니다. 이렇게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엔캐리 트레이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엔캐리 청산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바로 이 과정이 거꾸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거나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서 더 이상 이자 차이로 재미를 볼 수 없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해외에 투자했던 주식이나 채권을 급하게 팔아 치우고, 달러를 다시 엔화로 바꿔서, 빌린 엔화를 갚아버릴 것입니다. 이 되감기 과정을 바로 엔캐리 청산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서 빚을 갚는 과정입니다.
2. 가능성
그동안 잠잠했던 엔캐리 청산 공포가 왜 하필 지금,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건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십 년간 벌어져 있던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는 대전환기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을 높이는 첫 번째 요인은 일본은행(BOJ)의 변심입니다. 일본은 이제 길었던 디플레이션 터널을 지나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를 야금야금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비싸지니 굳이 엔화를 빌릴 이유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금리를 내리는 사이클로 진입했습니다. 일본 금리는 오르고 미국 금리는 내리니, 두 국가 간의 금리 격차는 빠르게 줄어듭니다.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핵심 매력인 이자 차익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엔캐리 청산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구조적인 흐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일본도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엔화가 싸다는 이유로 무한정 풀렸던 유동성이 회수되는 큰 물줄기는 이미 바뀌었습니다. 즉,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와 강도의 문제만 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3. 시장영향
그렇다면 엔캐리 청산이 본격화될 때 시장은 어떤 충격을 받게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글로벌 자산 가격의 하락과 변동성 확대입니다. 엔캐리 자금은 그동안 미국 빅테크 주식이나 멕시코, 브라질 같은 신흥국 고금리 채권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청산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이 우량 자산들을 팔아치워야 합니다. 멀쩡한 주식이 갑자기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돈줄이 마르는 유동성 위축 효과를 가져옵니다. 둘째, 슈퍼 엔저 시대의 종말과 엔화 강세입니다. 해외 자산을 판 달러를 다시 엔화로 바꾸는 수요가 폭발하면 엔화 가치는 급등하게 됩니다. 환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일본 수출 기업에게는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가 되어 일본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됩니다. 셋째,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엔화가 비싸질 경우 일본 기업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자동차, 조선, 철강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만만치 않습니다. 엔캐리 청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발작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 또한 단기적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엔캐리 청산은 그동안 공짜 점심처럼 여겨졌던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음입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막연히 미국 주식이 오르겠거니 하는 낙관론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합니다. 엔화 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일본은행총재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썰물 때는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드러난다고 합니다. 부채 비율이 높거나 실체 없이 유동성의 힘으로만 올랐던 자산은 피하고, 현금 흐름이 확실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