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에게 월급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퇴직금입니다. 과거에는 회사를 그만둘 때 사장님이 봉투에 두둑이 담아주던 위로금이나 목돈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100세 시대라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퇴직금은 단순한 목돈이 아니라 우리의 긴 노후를 지탱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연금 자산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 분들이 DB형이 무엇인지, DC형이 무엇인지, 그리고 IRP 계좌에는 왜 돈을 넣어야 하는지 헷갈려하십니다. 오늘은 퇴직연금 제도의 변화 흐름인 가입 의무화 이슈부터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연말정산 혜택, 그리고 가장 유리하게 돈을 받는 수령 방법까지 알기 쉽게 풀어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퇴직급여 제도의 거대한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돈을 회사 통장에 쌓아두었다가 직원이 퇴사할 때 일시금으로 주는 퇴직금 제도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근로자가 평생 일한 대가인 퇴직금을 떼이는 안타까운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핵심은 회사가 퇴직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같은 외부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망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금은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으므로 떼일 염려가 사라집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2022년 4월부터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제도가 도입되었고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물론 점차 소규모 사업장까지 의무 가입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입니다. 아직 옛날 방식의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는 영세 사업장도 일부 존재하지만, 법적인 흐름과 사회적 분위기는 명확하게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퇴직연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며, 이는 근로자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연말정산 세액공제
많은 분이 포털 사이트에 퇴직연금 소득공제라고 검색하시지만, 정확한 명칭은 세액공제입니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줄여주는 것이지만,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라 혜택이 훨씬 강력하고 직관적입니다. 퇴직연금 계좌, 특히 확정기여형(DC) 계좌에 추가 납입하거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저축하는 것은 연말정산에서 가장 확실하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혜택의 핵심은 연간 900만 원이라는 한도입니다. 기존의 연금저축펀드나 연금저축보험과 IRP를 합쳐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급받는 비율은 본인의 총급여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본인의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라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납입금의 16.5%를 돌려받습니다. 예를 들어 900만 원 한도를 꽉 채워 넣었다면 연말정산 때 무려 148만 5천 원을 현금으로 돌려받게 됩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앉아서 16.5%의 수익을 확정 짓는 상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총급여가 5,5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13.2%를 공제받습니다. 900만 원 납입 시 약 118만 8천 원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유 자금이 있다면 단순히 은행 예금에 넣어두기보다는 IRP 계좌를 활용해 노후 자금을 모으면서 강력한 세금 혜택까지 챙기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 공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수령방법
젊은 시절 열심히 모은 퇴직연금, 나중에 은퇴할 때 어떻게 받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수령 방법은 크게 한 번에 받는 일시금과 나누어 받는 연금 두 가지로 나뉩니다. 만 55세 이상이고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면 연금으로 나누어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당장 목돈이 급해서 빚을 갚아야 하거나 주택을 구매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연금 수령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 때문입니다. 퇴직금을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근속 연수에 따라 공제 혜택이 있긴 하지만, 금액이 클수록 꽤 큰 세금이 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IRP 계좌에 넣어두고 연금 형태로 나누어 받게 되면, 원래 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를 깎아줍니다. 심지어 연금을 수령한 지 11년 차부터는 세금을 40%나 감면해 줍니다. 예를 들어 원래 일시금으로 받을 때 내야 할 세금이 1,000만 원이었다면, 연금으로 받을 경우 700만 원만 내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세금조차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연금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나누어 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계좌에 남아있는 돈으로 재투자를 하여 복리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를 과세 이연 효과라고 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자산의 크기를 불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퇴직연금은 이제 회사가 알아서 챙겨주는 남의 돈이 아니라, 내가 직접 굴리고 관리해야 할 나의 핵심 자산입니다. 가입 의무화 흐름에 맞춰 내 퇴직금이 어디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연말정산 시즌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며, 은퇴 후에는 연금으로 수령해 절세 효과까지 누리는 스마트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